나는 다한증이 있었다. 다한증이란 손과 발등에서 (허벅지, 등, 얼굴도 있다) 땀이 보통 이상으로 많이 나는 증상을 이야기 한다. 다한증이 아닌 사람들은 이걸 잘 이해를 못하는데, 본인은 죽을맛이다. 손에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학교다닐때 시험문제를 풀고 나면 시험지가 물에 넣다 뺀것처럼 되버린다. 사람들과 악수하기도 곤란하고 기타 등등 신체 접촉을 피하게 된다.

다한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겨드랑이를 통해서 신경세포를 절제하는 수술이다. 성공만 하면 보통사람처럼 되는데 보통 보상성 다한증이라고 해서 원래 땀이나던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땀이 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보상성 다한증이 발생하는 확률이 70% 정도 된다고 한다. (적어도 내가 수술하던 당시는 그랬다)

나는 수술이 성공한 케이스인데, 보상성 다한증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전에는 다한증 관련 다음 카페도 들어가서 글도 보고 그랬는데, 수술이 성공하고 나자 그다음부터는 전혀 들르지 않게 되었다. 화장실 들어갈때 맘과 나올때 맘의 차이랄까.......  어찌되었던 신세계가 펼쳐진 것이었다.

수술을 하기 전에는 글리코 피놀레이트라는 약이 싸기도 하고 쉽게 구할수도 있어서 몇통을 사서 먹어본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효과가 좀 있는듯 했지만 역시 증상을 완화할 뿐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었다.

그러다 2004년 수술을 하게 되었고 아래는 그당시 카페에 공개할 목적으로 적어놓은 글이다. 귀찮아서 이렇게 몇년간 하드에 묵혔다가 꺼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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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5(일)
손발이 축축한 상태에서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갑자기 수술을 받아야 겠다고 결심
했습니다. 몸이 건강한 편이여서 평생 병원이랑 친하지 않게 살았기 때문에 병원가기를
매우 싫어 했는데, 도저히 이렇게 살 수 없다. 능동적으로 내 인상을 바꾸자는 생각이
갑자기 들더군요.
인터넷을 통해서 김원옥 교수님의 세란통 카페의 글들을 읽어 보고 여기서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2004/09/09(목) 
휴가를 내고, 동내 의료원에서 진단 의뢰서를 받았습니다. 세브란스 병원은 3차 의료원
이어서 동내 1차 의료원에서 진단 의뢰서를 받아가지 않으면 보험처리가 되지 않기
때문 입니다. 동내 의료원에서 가서 다한증 수술 받으려고하니 진단 의뢰서 써달라고
해서 나오니 몇천원 받더군요.
오후에 세브란스 병원에 가서 통증 클리닉 김원옥 교수님의 초진 등록을 하고, 간단한
질답후 수술일을 결정 하였습니다. 수술을 위해서 혈액/혈압/심전도 검사 를 하면서
병원을 돌아다녔습니다. ( 퀘스트가 쓰져진 종이를 들고 병원을 돌아다니니 RPG 게임하는
기분이 들더군요 )

2004/09/11(토) 
병원에서 심전도 검사결과 그래프가 이상하다고 와서 검사를 받으라고 전화 연락이 와서
심혈관 센터에 가서 협진을 받아 보았는데 검사결과 수술 받는데는 별문제 없다고 하더군요.

2004/09/13(월) 
수술 코스가 2박 3일 이어서 회사에 휴가를 내고 16시에 입원을 하였습니다.
6인실이 꽉차서 배정받을 수 없다고, 2인실을 배정 받았습니다. (1박 10만원정도)
입원 절차때 보증인(?)이 있어야 하더군요. 치과 이외에는 병원에 처음 가봤기 때문에
이것저것 불편하고 어색한 것들이 많더군요.

입원후 병실에 있으며 혈압검사/부작용검사(?)를 하였으며
의사선생님이 방문하셔서 주의사항을 알려주셨습니다. 수술후 기흉이 있을수 있고,
마취로 문제가 있을수 있고, 보상성 다한증이 발생할 수 있고, 수술중 클립을 쓸 수
없는 경우가 생기면 신경을 절제할 것이라는 등의 내용 이었습니다.
수술을 위해서 겨드랑이털을 깍았으며, 12시 부터는 금식을 하였습니다.

저는 신경 절단 대신 클립수술을 원하였는데, 클립은 보험대상물품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이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저는 알아서 구매해서 나중에 가격을 같이
청구하면 되는것이 아닌가 했는데, 그렇게는 안되기 때문에 의사님이 구매요청을 대신
해주셔서 병원내의 의료용품(?)점에서 배달이 와서 물건을 주고 돈을 받아 가더군요.
몇만원 받았던것 같은데 가격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군요.
입원때 치약,치솔,수건,비누,슬리퍼,속옷 등을 챙겨 갔습니다.
심심할까봐 "눈물을 마시는 새" 라는 책을 들고 갔습니다.


2004/09/14(화) 
09시 링겔주사를 맞기 시작했습니다.
11시 마취유도제라며 주사를 놓더군요.
12시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12시 30분 전신 마취시작... 주사를 한방 맞은것 같은데 순식간에 의식이 사라졌습니다
15시 회복실에서 정신이 들었습니다. X-RAY 촬영후 16시에 병실로 돌아왔습니다.
처음 의식이 들고나서 숨을 쉬니 입에서 마취가스(?) 냄새가 장난 아니더군요. 
폐에 찬 마취가스(?)를 빼기 위해서 산소공급기로 호흡을 했었는데, 잠시후 산소 
공급기를 빼고 링겔 주사도 뺐습니다. 
수술자국을 보니 겨드랑이와 가슴에 구멍이 하나씩 총 네군데 수술 자국이 있더군요
한쪽은 클립을 했지만, 한쪽은 절단을 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수술을 하고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더군요. 특히 가슴의 명치(허파?) 부분은 의 통증은
몇일동안 계속 되었습니다. 
"눈물을 마시는 새"를 전부 다 읽었습니다.


2004/09/15(수) 
07:00 기흉검사를 위해서 아침부터 X-RAY 를 촬영 했습니다.
09:30 퇴원 절차를 위해서 원무과에 연락하고, 병원내 은행에 돈을 입금했습니다.
10:30 이것저것 집에서 먹을 약등을 받아 들고 퇴원했습니다.
수술비는 몇가지 항목을 합쳐서 150만원 정도 되는데 2인실 사용료가 20만원정도 
되기 때문에 총 170만원을 입금 하였습니다.

신기하게도 수술 하고 나자 손과 발에서 진짜로 땀이 안나더군요. 대신 다리(장딴지,허벅지)에 약간의 땀이 났습니다.

2004/09/16(목) 
수술후 제일 아팠던 가슴통증이 이때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수술부위가 물에 닫으면
안되기 때문에 목욕을 제대로 할수가 없었습니다.

2004/09/21(화) 10:30 
수술후 예약 진료시간을 이때로 정했기 때문에 병원에 방문에서 수술한 부위의
실밥(?)을 뽑았습니다. 수술 부위에 반창고 같은걸 붙여놔서 제대로 몰랐는네
이날 보니 스테이플러 침(?) 같은게 박혀 있더군요. 요즘은 실대신 이런걸 쓰나
보더군요.

2004/09/26(일) 
수술후 괜한 피곤함이 계속 되었으며, 수술자리는 통증이 지속적으로 느껴짔습니다.
하지만 운동후에도 손에는 땀이 나지 않고, 발도 전보다 땀이 줄어들었지만, 다리(허벅지)나
등에서는 전보다 땀이 더 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보상성 다한증이 아닐까 
걱정이 되더군요.
그리고, 특이한 점으로 오른쪽 가슴의 수술부위가 감각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아프거나 한것은 아닌데, 내 피부를 손으로 만져도 전혀 피부 감각이 없는게
좀 생소한 느낌 이었습니다.

2004/10월~11월
이제 수술부위의 통증은 전혀 없으졌으며, 더이상 등이나 허벅지에서 비정상적으로
땀이 나는 일은 없어 졌습니다.
다만, 발에서 나는 땀은 수술전 수준으로 돌아왔습니다.
겨드랑이는 털이 나면서 당연히 수술자국이 보이지 않았지만, 가슴부위의 
수술자국은 모기에 물린정도의 자국이 보입니다.
손은 어떤 상황에서도 땀이 전혀 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말라서 트거나 할정도는
아니고 딱 좋은 느낌이 들 정도의 느낌을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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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을 태워버리거나 클립을 끼워서 신경을 마비시키는 방법 두가지가 있는데, 나는 양쪽 신경을 둘다 클립으로 해 달라고 - 클립은 나중에 보상성 다한증이 심할때 원상 복구 수술을 해볼 수 있다 - 했었다. 그런데 수술중 어떤 이유로 인해서 한쪽만 클립을 했다고 하더라..... 뭐 수술이 실패했으면 원망했을지도 모르지만 성공했으니까 신경 안쓴다 ^^







Posted by 키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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