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당황하는것 중의 하나는 자판의 배열이 지금까지 배워온 순서(한글이나 영어나) 와 다르다는것이다. 영어사전을 찾을때는 알파벳 순서대로 찾으면 되는데 자판을 칠라고 하면 한참을 둘러봐야만 한다.

*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영문 자판은 자판의 왼쪽 위에서 부터 QWERTY 순서로 나열이 되어 있기 때문에 쿼티자판이라고 불린다. ABCD 순서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순서에 의문을 같게 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내놓은 답은..


인용===========


- 원래 쿼티 자판은 타자 치는 속도를 느리게 만들기 위해 고안한 자판입니다. ...
-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QWERTY자판배열 놀랍게도 ... 그래서 일부러 타자속도느리게 하기 위하여 고안한 자판배열이 바로

==================

와 같이 타자기를 만들던 시절 "타이피스트가 너무 타자를 빨리 쳐서 타자기가 엉키는 현상이 발생하자 이를 막기 위해서 일부러 느리게 만든 자판이 QWERTY 자판이다" 와 같은 잘못된 말들이 돌고 있다.

* 일단 자판을 보자. 잘 안쓰는 Q 나 Z, X 와 같은 자판은 구석이 박혀 있다. 많이 쓰는 E, R 등과 같은 자판은 가운데쯤에 있다. 아무리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ABCD 가 나열 되어 있는 자판보다는 빠를것 같지 않은가? 상식적으로 ?

* 군대시절 타자기를 본적이 있다. (놀랍게도 내가 군대를 들어갈 때만 해도 타자기가 쓰이던 시절이었다...) 타자기를 본적이 없는 사람을 위해서 그 모양을 소개하자면..


이렇게 생겼다. 글자가 찍히는 부분은 한곳인데 글자를 찍는 글쇠 여러군데서 덤비기 때문에 두개를 동시에 누르면 서로 충돌하게 되며, 경우에 따라 그림처럼 물려 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서로 거리가 가까울 수록 더 잘 물린다. 


* 자 이제 좀더 신뢰할만한 자료를 찾아보자.


글의 내용을 보면, 초기 자판은 아래처럼 ABCD 순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1 3 5 7 9 N O P Q R S T U V W X Y Z
2 4 6 8 . A B C D E F G H I J K L M


아마도 누구라도 타자기를 처음 만든다면 이런식으로 알파벳 순서대로 만들것이다.
(특이한점은 지금처럼 세줄이 아니라 두줄이라는것.) 문제는 T, H 나 S, T 와 같은 자판이 가까운 거리에 나열되어 있었고 이로 인해서 자꾸 키가 엉키는 현상이 발생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개량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자판이 나오게 되었고, 

 2 3 4 5 6 7 8 9 -
    A E I . ? Y U O ,
B C D F G H J K L M
Z X W V T S R Q P N


이를 좀더 개량해서 좀더 현대의 자판에 가까워지게 된것이 아래 형태이다.

 2 3 4 5 6 7 8 9 - ,
Q W E . T Y I U O P
Z S D F G H J K L M
A X & C V B N ? ; R


기타 여러가지 사실을 종합해서 결론을 내리자면,

1. QWERTY 자판은 타이피스트가 자판을 칠때 키가 엉키는것을 막는것을 고려해서 만든 자판이다.

2. 타자기의 자판이 엉키는 문제가 없었다면(현대의 컴퓨터 키보드 같은 상황 이라면) 더 빠르게(손가락을 덜 움직이고 칠 수 있게) 만들 수 있었겠지만, 엉키는 문제를 막는것이 최 우선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런 형태로 개발이 되었고, 이런 점이 와전이 되어서 "일부러 느리게 만든 자판" 이라는 오해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3. 드보락 자판은 손가락의 움직임을 최소화 시키도록 만들어 졌기 때문에, 현대의 컴퓨터 키보드에서 더 입력이 빠른 자판인것은 사실이다. (손가락이 제자리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즉, "QWERTY 자판은 타이피스트가 칠때 키가 엉키는 것을 줄이는 범위 이내에서 최대한 더 빠르게 치기 위해서 만든 자판이지 일부러 느리게 치도록 만든 자판이 아니다!!!" 
(공돌이를 무시하지 말란말이다.!)


* 이 오해는 서양에서도 꽤 많이 있나보다. Veronika decides to die 라는 소설에서도 정신과 의사가 "qwerty 자판은 오로지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 만들어진 자판" 이라고 헛소리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한국판 위키에도 이런 잘못된 내용이 있었다. ( http://ko.wikipedia.org/wiki/QWERTY_%EC%9E%90%ED%8C%90  인용: 자판 입력의 속도면에서 본다면 오히려 느리게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


다시 한번 결론:
남이  하는 말을 무작정 믿지 말자. 활자화 된 글이라도 이치에 맞지 않아 보이면 일단 의심을 하자.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

추신: 
난 드보락 자판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하지만 쿼티보다 훨씬 뒤에 만들어진 드보락 자판이 아마도 쿼티보다는 컴퓨터 환경에서 더 좋을꺼다. 하지만 왜 드보락 자판은 사장되었을까?  사람들이 귀찮아서 안바꾼것도 있겠지만 쿼티자판이 충분히 빠르기 때문일꺼다.




* 2011/2/26 : 일부 내용 개선 및 수정



Posted by 키플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