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몇년전 복학전 알바를 하던시절 이야기이다. 당시 정부 모 부처의 전자결제 시스템을 새로 만들고 있었는데 (무려 DOS 용이었다. 물론 나는 시다바리 프로그래머) 그때 개발 팀장의 나이가 35세였던걸로 기억한다. 지금 생각하면 많지 않은 나이였을텐데 늙그수레한 외모에 하루종일 솔리테어만 했었다. (정확히는 솔라리스 서버에 깔려있는 카드게임이었는데 아마도 솔리테어랑 비슷했던걸로 기억한다.) 물론 그 팀장도 프로그래머 출신이었지만, 몇명의 팀원을 지휘하면서 직접 코딩은 하지 않고 관리만 하고 있었던 거였다. 그때 문득 저 나이쯤 되면 코딩을 안하는 구나 막연하게 생각을 했었다.
* 한 10년전 쯤에는 게임 산업 (특히 온라인 게임) 이 몇년 안된 산업이었기 때문에 프로그래머의 대부분이 20대 였었다.(20대 프로그래머가 많았던 이유는 병특 덕분) 30대 후반은 찾아볼래야 찾아볼수가 없었다.(고 한다.. 난 게임쪽은 아니니까)
그러던 것이 게임 산업의 활황으로 (게임산업의 매출 규모는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그 프로그래머들이 계속 직업을 유지하게 되면서 이 바닥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평균 나이도 계속 올라가기 시작해서 지금은 30대 프로그래머는 매우 흔하고, 40대 프로그래머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고 한다. ( http://www.gpgstudy.com/forum/viewtopic.php?p=110218 참고 )
* 주변에 지인이 많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주변에 나랑 비슷한 나이의 풀타임 프로그래머를 찾기 힘들다. 그래도, 35세가 되었을때 '앞으로 10년만 더 코딩을 하자.'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마도 큰 무리없이 45세까지는 코딩을 하고 있을듯 하다.
* 작년말쯤 윈도우 드라이버 관련 작업을 좀 할일이 있어서 이것저것 온라인으로 자료를 찾아볼 일이 많았었다. 꽤 쓸만한 내용인듯 하여 블로그 주인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고등학생-중학생이 제일 많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참고로 드라이버쪽 개발은 매우 로우-레벨 한 개발이라서 난이도가 높은 분야이다.)
중/고생들이 드라이버 개발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해킹] 때문인듯하다. 해킹관련 개발을 위해서는 로우레벨 접근을 해야 하는데 이때 드라이버 개발은 필수적인 사항이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건 그들의 글을 읽으면서, 그들은 우리 때랑 다르게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구나. 정보에만 접근할 수 있으면 팔팔한 나이의 10대가 프로그래머로써 더 적합할 수 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을 했다.
내가 처음 프로그램을 짠건 중1때 부터였다. 지금도 미스테리한것은 그당시 간단한(초 간단한거기는 했지만) 코드를 무려 APPLE ][ 머신에서 기계어로 (어셈블리가 아니다) 짜기도 했었다는 거다. 지금은 절대 못하는 일이다.
그리고 플로피 디스크의 섹터를 "눈"으로 뒤져서 ULTIMA IV 캐릭터의 능력치를 수정해서 게임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잉여로운 짓이지만 그때는 그런것이 가능한 나이였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보의 접근 제한과 동료의 부족으로 그정도 수준에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중/고생 프로그래머들도 영어라는 언어의 장벽만 뛰어넘을 수 있다면 외국의 몇몀 유명 해커처럼 이름을 날릴수도 있을꺼라고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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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퇴고없이 글을 쓰다보니 좀 엄하기는 한데 결론을 내리자면.
40대 프로그래머도 이제는 가능한 사회가 됬다. 단, 치고올라오는 젊은 프로그래머들에게 밀리지 않을려면 계속 공부해야 한다. 계속 공부만 해주면 그 경험과 연륜으로 대접받을 수 있을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