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마법 이야기

egloos 백업 2023. 6. 13. 21:12
 
이글루스 백업. 아래는 2006/4 이글루스에 올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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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자로 판타지가 부상하기 이전,
당시 최고의 필력을 인정받았던 "검, 마법 이야기" ....

안타깝게도 지루하게 몇년동안 연재를 끌어오다 어느덧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져갔다..
(드래곤 라자가 당시 엄청난 이유를 끈 이유중의 하나는 엄청난 분량의 연재속도에도 있었다...
거의 매일 단편소설 분량의 글들이 쏟아져 나왔으니.. 아직도 이 속도는 미스테리이다.. )

어찌하였던, 최광림(griffin) 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셨던 분의 정보를 찾기 위해서
인터넷을 수시간 뒤졌것만, 얻은 결론은 충격.....

이제는 더이상 이 소설을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뿐더러, 이분의 소식도 구할 수 없고,
소설을 구하기 조차 힘들다는것이었다...

인터넷은 영원한 지식의 보고가 아니다, 인터넷의 데이타도 적자생존에 의해서 사라져 간다.
누군가 데이타를 수집하고 보존하지 않으면 조금씩 조금씩 멸종되어 가는것이다..
드래곤 라자는 검색하면 얼마든지 그 글을 찾을 수 있지만, 이제는 더이상 구할수 없는 데이타도
있는것이다... ...

다행이 나는 검,마법 이야기를 프린터로 뽑아서 책으로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볼수 있다..
아이러니다. 디지털 데이터보다는 구식 보존 방법이 더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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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나서 나중에 찾아보니
다행이 깔끔하게 편집된 파일을 구할 수 있었다.. 백업차원에서 보존해 놓는다..
다시금 이 소설이 연재되고, 출판되어서 종이로 된 책으로 접할수 있으면 좋겠다..


 
검마법 이야기가 연재중단된 소설이기 때문에 이 파일도 중간에 끝난다.
 

사막에서 남쪽으로 10KM 정도 떨어진 루브마을에도 저녁이 다가왔다. 해가 조금씩 지평선과 가까와짐에 따라 하늘은 붉은 색으로 변해갔고 낮 동안 집을 지키던 여자들은 아이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이봐, 뾰족귀가 저기 있다.
한 소년의 외침이 들렸다. 아이들은 어머니들이 집에서 부르는 소리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들의 귀는 듣고 싶은 말만을 듣는 것 같았다.
군사국가 웰름의 변두리 마을 루브의 아이들이 손마다 나무칼, 막대기, 그것마저 없는 녀석들은 돌맹이 따위를 들고서 우우 몰려다녔다.
그 아이들이 몰려가는 곳에서 빠른 걸음으로 갓 소년 티를 벗은 듯한 젊은이가 걸어가고 있었다. 바람에 가볍게 날리는 푸른 빛이 도는 머리카락 사이로 예의 뾰족귀 가 드러났다. 그는 괴물을 향해 달려가는 전사처럼 달려오는 아이들을 귀찮다는 듯이 바라보더니 마침 앞에 나타난 한 채의 천막을 향해서 뛰기 시작했다. 뾰족귀 가 천막 안으로 사라지자 아이들은 그 앞에서 잠시 서성거리더니 저마다의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 돌아왔어요.
저 아이들은... 쯪쯪...
엄격하지만 다정함이 깃들어 있는 목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서른이 갖 넘어 보이는 여인이 걸어나왔다.
늘 겪는 일인 걸요. 뭐...


샬의 서쪽 끝 제간반도의 도로마을, 마을이라 부르기에는 너무 커져 버린 이 도시의 한 곳에 자리잡은 사드가의 저택에서 딸과 아버지가 열심히 서로를 설득하고 있었다. 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존경받는 학자, 자브 사드는 자기 조부와 아버지, 그리고 자기의 대를 이어 자신의 외동딸 이오에나 사드도 학자가 되기를 원했다. 그런데 그 딸이 갑자기 의사가 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아니, 갑자기는 아니었다. 근 일 년 전부터 그를 찾아오는 친구들로부터 조르다시피 회복계 마법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바라드 선생님도 제가 의사가 되면 좋을거라고 하셨어요. 저에게 소질이 있다고...
허어, 참, 그 친구가 멀리까지 찾아와서 쓸데없는 소리를 했구나.
제가 의사가 된다고 학자가 못 되리라는 법은 없잖아요? 게다가 아버지도 사람이 사람을 동정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하셨잖아요?
물론 그렇지만.., 그 두가지 일을 다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란다. 그리고 네가 의사가 되지 않아도 그 일을 할 사람은 많아.
학자답지 않은 진부한 논리였다.
바라드 선생님께서는 저라면 2년이면 그분의 모든 마법과 기술을 배울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분께 배우고 돌아와 다시 공부를 하면...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여기까지 말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갈색 턱수염이 무성한 사람좋은 친구가 자기의 바램을 망쳐놓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브 마을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을 엉성한 울타리 밖에서 지켜보며, 하나의 뾰족귀 가 잠자리를 준비하고, 자루에서 딱딱한 빵과 한조각의 치즈를 꺼내 먹어치웠다. 그리고 커다란 나무를 등지고 누워 일찌감치 잠을 청했다. 마을에서 가까운 곳이니 괴물 따위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사막의 남쪽, 신흥국가 아에론으로부터 흘러들어간 지하수의 축복으로 생긴 오아시스와 엘프들의 마을. 그곳에서 하이시아 최고의 마법사가 되겠다는 조금쯤 황당한 꿈을 안고 떠난지 일 년이 조금 넘었다. 그러나 그는 꿈이 가까와지기는 커녕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힘으로는 몇 마리의 늑대조차 처리하기 힘들었다. 지금이라도 그런 것들과 만나면 당장 죽고말 그야말로 풋나기 마법사... 인간의 마을에 들어가서 쉰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설사 그것이 가능하더라도 이유없이 노골적인 멸시를 받는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인간과 비교하면 체력이 떨어지지만 정신력은 뛰어나다. 그것이나 귀가 뾰족하다는 것이 그런 멸시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차라리 고향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로부터 그의 지혜로움에 대한 부러움과 다소의 시기로 교활한 릴케 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악의는 없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면 모두들 반갑게 맞이해 줄 것이다. 그가 그동안 세상을 구경한 이야기를 해주면 친구들은 얼마나 즐거워할까? 근래에 들어 이런 생각이 자꾸 들었기 때문에 그는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곳을 돌아다니고 있는지 모른다.


네라즈는 섬나라의 면모를 벋고 점점 더 하이시아의 본토를 향해 뻗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하이시아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되는 국가 테이보스와는 노가르드의 끝없이 깊은 골짜기를 국경으로 삼아 휴전협정을 맺었고, 국민들의 반란이 막 끝나 아직 어수선한 틈을 타고 들이닥치면 금방 쓰러지리라 예상했던 아에론은 새 국왕 아레스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강력한 저항을 보였다. 결국 양쪽으로 국토를 확장하려던 네라즈의 야망은 한 풀 꺾였고, 지금은 수도를 대 테이보스 국경에서 30KM 정도 떨어진 레이몬드로 옮겨 내실을 기르고 있었다.
왕년의 해양왕국 네라즈의 새 수도 레이몬드, 임시로 지어진 왕궁의 하늘에 침입자가 있음을 알리는 호각소리가 계속해서 울려퍼졌다. 아직 네라즈의 국왕 제랄드 3세가 입궁하지는 않았지만 공사장 감독과, 왕궁에서 쓰는값비싼 물건들의 수송을 위해 많은 군인들이 궁 주변에서 묵고 있었다. 국왕이 아직 입궁하지 않은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으므로 자객이라 생각할 수는 없었다. 당연히 왕의 보석이나 귀금속 식기 따위를 노린 도둑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군인들은 어떤 대담한 도둑이 이 경비들의 숲을 헤집고 들어왔나 하고 생각했다. 인원이 많은 집단의 구성원들은 서로를 의지하므로 안이해지기 마련이다.
궁의 서쪽 담장을 검은 그림자 하나가 훌쩍 뛰어 넘는 것이 몇 명의 경비병 눈에 띄었다. 그들은 목소리를 높여 여기 도둑이 있다고 외치고 그 도둑 쪽으로 달려갔다. 도둑은 그들이 달려오는 쪽을 바라보면서도 도망치지 않았다. 이 뜻밖의 태도에 놀란 경비병들은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고 창을 꼬나잡고 그 도둑을 노려보며 포위하려 했다. 곧이어 반대쪽에서도 많은 경비병이 잔뜩 몰려와 그 도둑은 완전히 포위되고 말았다. 여유를 부리다 위기에 몰린 도둑은 잠시 당황하는 듯 싶더니 곧 허리에서 작은 칼을 하나 뽑아들었다. 그 칼은 단검이라기에는 너무 길었고 장검이라기에는 너무 짧았다. 도둑은 그 칼을 한 손에 들고 경비병 중 가장 체격이 큰 사람에게 바람처럼 쇄도해갔다. 그 경비병은 침착하게 창을 짧게 쥐고 창 끝에 달린 도끼로 도둑을 내리찍었다. 옆의 경비병들은 칼을 빼어 들었다. 도둑이 도끼를 피할 경우 베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도둑은 놀랍게도 왼팔을 들어올려 그 거대한 힘을 받으려 했다. 그 경비병은 이런 짓에 놀라긴 했지만 이왕 내려찍는 도끼를 어쩔 수는 없었다. 도끼 날이 막 그 도둑의 가는 팔뚝에 닿은 순간 그 경비병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도끼의 힘이 그 도둑의 팔뚝에서 반짝하는 빛과 함께 사라지고 만 것이었다. 어쩔줄 모르고 서 있는 그 경비병의 아랫배를 그 도둑은 오른손의 칼로 획 그었다. 경비병은 배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 도둑은 그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로 칼을 휘두르며 뛰어들어 순식간에 포위망을 뚫었다. 그리고 테이보스와의 국경쪽으로 상상을 초월하리만치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경비병들은 쫓아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방금 부상당한 경비병을 부축할 뿐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이 그 도둑의 뒷모습을 보고 뭔가 생각난 듯이 제비 라고 외쳤다. 아뭏든 제랄드 3세가 입궁하는 날, 그들은 그들의 안이함 혹은 무능함에 대한 댓가를 톡톡히 받을 것이다.


샬의 동쪽 끝은 테이보스와 접하고 있었다. 샬과 테이보스는 하이시아의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사막 덕분에 직접 국경을 접하는 곳은 북쪽 해안밖에 없었다. 샬의 군사력이 테이보스에 따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가로질러서 가장 넓은 곳이 800KM, 가장 좁은 곳도 500KM에 달하는 사막은 샬에 있어서는 테이보스의 침입을 막아 주는 방패의 역할을 훌륭히 해주고 있었다. 샬은 또한 거대한 라론강을 경계로 남쪽의 군사대국 웰름과도 마주하고 있었다. 그 샬의 북동쪽에는 보통 사람들은 거의 살지 않았다. 테이보스가 침입한다면 반드시 그곳을 거칠 것이고, 남쪽의 사막으로부터는 굶주린 독수리나 거대한 전갈 같은 것이 자주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한 사람이 불을 피우고 있었다. 불은 겁많은 야생동물들을 쫓아 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런 곳에서 노숙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는 가벼운 갑옷을 걸치고 있었고 머리에는 베레모를 쓰고 있었다. 가끔씩 연기에 콜록거리며 주워 온 나뭇가지들을 하나씩 모닥불에 던져넣었다. 그의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가 등뒤를 돌아다보자 두 사람, 갑옷을 입은 사내와 간편한 여장을 한 남자가 걸어나왔다.
아..., 이런... 불빛을 보고 군막인 줄로만 알았는데...
아마도 그들도 이 곳을 여행하는 여행객일 것이라고 생각됐다. 원래 군막에서 민간인을 재운다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이곳은 사방 200KM 안에 민가가 없었으므로 군영에서도 이런 것을 눈감아주곤 했다.
할 수 없지, 다른 사람을 만난 것만 해도...
그들은 청하지도 않았는데 불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긴..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같이 여행중인데 마침 잘 곳이 없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괜찮으시겠죠? 저희와 함께라면 교대로 잠도 잘 수 있으실 겁니다.
베레모의 젊은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관 없습니다. 잠은 안 자도, 하지만 쉬고 가십시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혼자서 여행하시나요?
그는 대답 없이 그냥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러자 이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갑자기 사악, 하는 소리와 함께 갑옷의 사내가 장검을 빼들었다. 그러자 젊은이는 잠시 말을 잊은 듯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알고보니 강도군. 그냥 가.
아까와 마찬가지로 동요 없는 낮은 목소리였다.
갑옷의 사나이가 말도 없이 그대로 달려들었다. 젊은이는 손에 들고 있던 불 붙은 막대기를 그를 향해서 내던졌다. 갑옷의 사내는 횃불을 피하느라고 공격할 수 없었다. 그때 나머지 한 사람의 손목에서 팔찌가 반짝였다. 그의 손에 빛이 모이더니 불덩어리가 그 젊은이를 향해 날아왔다. 젊은이는 재빨리 몸을 움츠렸지만 그 불덩어리에 모자가 스쳐 날아갔다. 헝클어진 머리가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 속에서 두 개의 작은 뿔이 보였다.
노움이다!
두 사내가 똑같이 외쳤다. 젊은이는 그들을 무섭게 노려보더니 불 속에 손을 넣어 재를 한 웅큼 움켜쥐고 그들을 향해 불 붙은 나무 조각들을 뿌리며 몸을 굴렸다. 젊은이는 짐 속에서 길다란 지팡이를 하나 들고 일어섰다. 그는 세차게 달려들어 지팡이로, 마법을 쓰는 강도를 후려쳤다. 그 강도는 피하지 못하고 어깨 바로 아래에 일격을 맞았다. 뚝, 하며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는 악! 하는 비명을 지르며 팔을 움켜쥐고 뒤로 물러섰다. 나머지 하나가 칼을 들고 달려들었지만 몇 번 부딪치지 못하고 칼을 놓치고 말았다. 그들은 겁에 질려 그 노움을 지켜보다가 뒤돌아서서는 서로를 부축하며 달아나 버렸다. 그들이 멀리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던 노움은 바닥에서 그의 모자를 찾아 툭툭 털더니 다시 머리에 쓰고는 모닥불 옆에 쭈그리고 앉아 나뭇가지들을 하나씩 집어넣었다.
Posted by 키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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