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로 뜬 "붕가붕가 레코드" 라는 회사가 있다. 이름만 봐도 딱 저렴한 이 회사는 공중파 TV 뉴스에 소개될때, 직원들이 사무실에 않아서 공CD에 음악을 굽고 골판지 같은 박스에 CD 넣고, 라벨 붙이고, 비닐 씌우고 드라이어로 비닐을 팽팽하게 하는 작업을 하는 모습이 나오곤 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느정도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 서점에 "붕가붕가 레코드의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 이라는 책이 나온걸 보고 책을 사서 쭉 읽어 보았다.
이 회사의 모토가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이다. 학교다닐때 학생회 돈으로 음반을 내어보고는 직접 작업을 할 경우 음반 발매에 의외로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걸 알게 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나중에 가내 수공업 방식으로 직접 음반을 내게 되었다는것. 직접 만든 음반을 판매하면 판매량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돈도 그다지 많이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적당한 수입이 되게 되고, 이 수입을 기반으로 좋아하는 음악활동을 (부업이 아닌 본업으로) 지속적으로 할수 있게 되었고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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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IT 벤처에 출사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스타팅 맴버를 고르고 나서 맨 처음 시작하는건 투자처를 찾는 일이다. 개발이란 돈이 들고 제품이 나와서 매출이 발생하고 수익이 발생할때 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그때까지 버틸 돈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게임 같은 경우는 개발에 2-3년 걸리는건 보통이기 때문에 수억으로는 부족하고 십수~수십억의 투자를 받아야만 게임이 완성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이 아닌 웹서비스 쪽은 그나마 좀 나은 편이기는 하지만, 최소 웹프로그래머 - 디자이너 - 기획자 정도는 있어야 되고, 화려한 플래시를 기반으로 한다면 플래시 프로그래머가 더 필요하기도 하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웹 서비스는 초기에 무료서비스를 기반으로 사람을 끌어 모아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 오픈후에도 수익이 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즉, 기존 방식으로는 사업을 시작할려면 큰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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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앱스토어가 난리다. 왜그럴까? 1인 독립 프로그래머가 (혹은 디자이너 포함 2인) 만든 제품을 유료로 판매할수가 있고, 몇몇 스타 프로그램은 월급장이가 받을 수 없는 막대한 수익을 않겨다 주고 자극적인 돈 액수가 뉴스에 올라간다.
앱스토어의 성공 스토리가 기존 벤처 성공 스토리와 다른점은 사업(?) 시작에 돈의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맥도 사야되고 아이폰도 사야겠지만 위에 언급한 본격적인 사업에 드는 돈과는 천지차이다. 일단 하드웨어만 사고 나면 그 다음은 몸바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노력과 시간만 쏟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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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랬동안 월급쟁이 프로그래머로써 일을 하면서 고민하던 주제는 이것이었다.
- 나는 프로그래머로써 일을 계속 하고 싶다.
- 이왕 프로그램 짜는거 내가 만들고 싶은(만드는게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나는 이 두가지 주제를 합쳐서 "코딩질로 먹고살기" 라는 이름을 붙였었다. 붕가붕가 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과 일맥상통하는것이다.
그리고 2년전 회사를 나왔고 그때 부터 지금까지 "코딩질로 먹고살기"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다.